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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서평] 김금희, 복자에게

by 박당긍 2022.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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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희, 복자에게
김금희, 복자에게

 줄거리

1999년 초등학교 3학년 이영초롱은 부모님의 부도로 인해 서울로 남지 못하고 제주 고모댁으로 가야 했다. 제주에서도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먼 섬 고고리. 의사로 일하는 고모댁에 맡겨져 살아가게 된다. 다리를 다쳐 학교도 가지 않고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던 영초롱은 고고리 섬에서 유일하게 고복자와 친구가 된다. 고복자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속마음을 털어놓는 사이가 되지만 영초롱이 복자의 친한 이모에게 상처를 주게 되고 이 일을 계기로 복자와는 멀어지게 된다. 결국 복자와 연락이 끊긴 채로 제주를 떠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덧 세월이 흘러 매우 똑똑하고 영특했던 영초롱은 판사가 되었다. 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스스럼없이 드러내는 영초롱은 재판 도중 부적절한 언행을 하게 되고 징계를 받아 다시 제주로 유배를 가게 된다. 다시 영초롱과 복자, 고오세(같은 반이었던 친구)를 다시 만나게 된다. 복자는 제주도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데 아이를 유산하고 이 때문에 소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복자는 재판에 영초롱의 감정이 섞일 수 있다는 생각에 이 재판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라고 제안하고, 영초롱은 복자가 아직도 자신을 믿지 못한다고 생각하며 둘 사이가 다시 멀어지게 된다. 이후 영초롱은 판사를 그만두게 되고 파리로 떠나 연구원이 된다. 그리고 복자가 재판에서 승소했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그리고 영초롱이 전하지 못한 말을 담아 복자에게 편지를 쓰며 이 소설이 마무리된다. 

 

 

 제주 의료원 산재사건, 제주 4.3 사건 등 역사적 사건

이 소설에 등장하는 다양한 사건은 역사적, 사회적 문제가 배경으로 드러나고 있다. 복자가 근무했던 영광 의료원은 실제로 제주의 한 의료원에서 일어난 산재사건을 다루고 있다. 제주 의료원에서 근무하다 임신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은 간호사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영광 의료원에서 근무하던 간호사들은 환자에게 투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파우더링(알약을 빻아서 가루로 만드는 과정)을 진행하게 된다. 이때 마스크도 없고 환기도 충분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일을 하게 된 것이다. 빻아야 하는 약물에는 기형을 유발할 수 있어 가임기 여성과 임산부들은 사용해선 안 되는 것이었지만 의료원은 이 일을 묵과하게 된다. 그 후 여러 간호사가 유산하고 선천적으로 기형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들이 생긴 것이다. 복자 또한 이곳에서 간호사로 일하다 아이를 유산하게 되는데 이 일은 2010년 전후로 일어난 제주 의료원에서의 일과 비슷하다. 그 해 제주 의료원에서 근무하던 간호사 중 많은 사람들이 유산을 경험하게 되고 약물 노출로 인해 산업재해를 주장했던 것이다. 하지만 노동자는 간호사 본인이고 해를 입은 것은 아이로 산업재해보상법이 적용되기 어려운 것이다. 10년 간의 다툼 끝에 산재로 인정이 되었지만, 우리는 이러한 사회적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또한 이 소설은 가상의 공간인 제주 고고리섬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1991년 4월 강경대 사망 이후 사망 이후 5월 김귀정까지 11명이 목숨을 던졌다는 내용이 나온다. 영초롱의 고모는 밤마다 전동 타자기로 편지를 쓰는데 제주 도민들은 전동 타자기를 간첩의 무전으로 생각한다. 이는 4.3 사건의 영향으로 그려진다. 4.3 사건은 우리 현대사에서 한국 전쟁 다음으로 인명 피해가 많았던 비극적인 사건이다. 이로 인한 희생자는 2500명에서 3만 명으로 추산되며 수많은 주민들이 희생당한 일로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한 사건이다. 

 

총평, 우리 삶에 대한 위로

다들 그렇게, 또 어떻게든 살아낸다. 이 소설을 읽고 난 후의 생각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이렇다. 고고리섬에서 만난 모든 사람들은 비극을 겪고, 고단하지만 누구보다 강인한 생활력을 가지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하는 사람들이다. 특히 간호사인 복자는 아이를 잃고 산재 보상에 관한 소송을 하면서도 씩씩하고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복자와 같이 여전히 이 세상에서 싸우고 있을 또 다른 복자들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세상을 상대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 얼마나 고단하고 힘든 일일지.. 이 세상 모든 복자들에게 응원의 말을 건네고 싶다. 표현에 서툰 영초롱과 그녀를 바라보는 고오세. 부치지 못한 편지가 모두에게 있지만 그 마음을 가지고 또 자신의 삶을 살아내고 또 살아낸다. 유년시절에 우리가 함께 했던 친구들의 모습도 떠오르고, 또 친구들의 안부 역시 궁금해졌다. 요망지게, 안녕하게 잘 살고 있는지 말이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조용하지만 담백하게 사회 이슈를 다루고 있으며 실패한 듯 보이지만 용감하고 또 끈질기게 이 삶을 살아내라고 말하고 있다. 앞으로도 우리는 무수히 많은 실패를 겪게 되겠지만, 실패를 미워할 뿐. 우리의 삶을 미워하지 말자고 다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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