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안진진. 25살의 결혼 적령기 여성이다. 술주정뱅이에 가출을 일삼는 아버지는 폭력적이고 항상 이 집안의 사고뭉치로 알려져 있다. 술을 마시며 어머니에게 패악을 부리던 아버지는 결국 행방불명되고 만날 수 없게 된다. 안진모. 안진진의 남동생으로 조폭이 되고 싶어 조폭을 흉내 내고 있는 철없는 동생. 사랑하는 여자의 배신으로 감옥에 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엄마. 시장에서 양말을 팔며 실질적인 가장 역할을 하는 고되고 힘든 삶을 사는 어머니. 어머니에게는 할아버지도 분간하지 못할 만큼 똑같은 일란성쌍둥이 동생 이모가 있다. 외모도, 성장 과정도 똑같은 이 쌍둥이 둘은 결혼을 기점으로 서로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아름답고 우아하고 낭만적이기까지 한 이모. 계획적인 이모부와 아들, 딸을 가진 이모는 평온하고 안온한 삶을 살고 있다. 안진진은 지난 불행했던 지난 삶을 뒤로하고 자신의 삶을 탐구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이 도구는 결혼인 것. 빈틈없고 철저히 계획적인 사람인 나영규와 낭만적이고 감상적인 김장우. 이 둘 사이에서 갈등한다. 하지만 안진진의 마음이 이끌리는 대상은 김장우. 김장우에게는 자신의 가족사를 말하지 못하지만 나영규에게는 술술 말하게 된다. 하지만 이후 이모는 자살을 선택하게 되고 그녀 역시 사랑을 느꼈던, 김장우를 뒤로하고 나영규를 선택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선택이 잘못되었을지라도 앞으로도 자신의 삶을 탐구하며 살 것임을 다짐한다.
인상 깊은 구절
- 인생은 짧다. 그러나 삶 속의 온갖 괴로움이 인생을 길게 만든다. 나이가 들면서 세월이 더 빠르게 지나간다고 생각하게 된다. 어느 날 어떤 프로그램에서는 그 이유를 더 이상 삶에서 특별한 이벤트가 없기 때문이라고 정리했다. 나이가 더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인생은, 삶은 더 짧다. 우리에게는 더 이상 특별하고 신선할 일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이제 새 핸드폰을 산다고 기뻐할 시기가 지났기 때문에. 하지만 우리가 겪을 시련과 괴로움은 우리 곁에 항상 존재한다. 그리고 우리의 인생을 더욱 길게 만든다. 짧지만 긴긴 인생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배우고 더 성장해 나갈 수 있다.
- 모든 사람들에게 행복하게 보여졌던 이모의 삶이 스스로에겐 한없는 불행이었다면, 마찬가지로 모든 사람들에게 불행하게 비쳤던 어머니의 삶이 이모에게는 행복이었다면, 남은 것은 어떤 종류의 불행과 행복을 택할 것인지 그것을 결정하는 문제뿐이었다. 엄마와 이모의 불행과 행복은 타인이 재단하고 선택할 수 없다. 내가 직접 살아보지 않고 직접 겪어보지 않은 일들을 행복과 불행이라고 규정지었던 것을 반성했다. 누구나 삶의 양면인 행복과 불행을 가지고 있기에 그 삶을 받아들이면서 그 안에서 다시 행복과 안온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총평, 실수는 되풀이된다, 그것이 인생이다.
모순이란, 어떤 사실의 앞뒤, 또는 두 사실이 이치상 어긋나서 서로 맞지 않음을 이르는 말로, 중국 초나라 상인이 창과 방패를 팔면서 창은 어떤 방패로도 막지 못하는 창이라 하고, 방패는 어떤 창으로도 뚫지 못하는 방패라 하여 앞뒤가 맞지 않은 말을 하였다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이 소설 속 안진진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상황은 모순이다. 세상 온갖 불운과 불행을 안고 살지만 오히려 행복해 보이는 어머니, 세상 모든 행운과 행복을 안고 살지만 오히려 우울하게 살아가다 생을 마감한 이모. 인간이란 누구나 각자 해석한 만큼의 생을 살아낸다는 작가의 말에 공감되었다. 풍요의 뒷면을 들여다보면 반드시 빈곤이 있고 빈곤의 뒷면을 들여다보면 풍요가 있다. 행복이라는 것에서도 그만큼의 불행이 함께 할 수 있다. 우리 인생에 존재하는 모순에 대해, 또 인간 삶의 모습에 대해 명료하고 여운이 남게 표현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도 자기 자신이 아닌 타인의 삶에 대해 온전히 이해할 수 없고 그 삶을 마음대로 재단할 수 없다. 안진진 역시 자신의 삶에서 주어지는 여러 순간을 마주하고 선택해가며 삶을 탐구해가는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안진진이 김장우를 선택하지 않은 것 역시 모순이었지만 우리 삶이란 그런 것이니까. 앞으로 마주할 모순들 앞에서도 당당히 선택하고, 또 당당히 실수하고 실수를 통해 또 배우고, 배우며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삶은 탐구하는 것이니까.
'책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평] 에밀 아자르, 자기 앞의 생 (0) | 2022.12.29 |
---|---|
[서평] 루리, 긴긴밤 (0) | 2022.12.28 |
[서평] 정세랑, 시선으로부터 (0) | 2022.12.28 |
[서평] 김금희, 복자에게 (0) | 2022.12.26 |
[서평] 정한아, 친밀한 이방인 (0) | 2022.12.2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