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한 대가족이 어머니, 할머니의 제사를 지내기 위해 하와이로 여행을 떠난다. 그들의 어머니이자 할머니인 여인은 심시선.
심시선 여사로부터 시작되는 이 가족은 심여사의 두 번의 결혼으로 서로 다른 성씨의 가족들을 연결했다. 심시선은 요제프 리, 그리고 홍낙환과 두 번의 결혼을 한다. 한국 전쟁 이후 하와이로 떠났다가 독일로 가게 되었는데 이때 독일의 유명한 예술가 마티아스에게 물건 취급을 당하게 되고 이때 만난 요제프리와 결혼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도 심시선은 녹녹지 않은 삶을 살게 되는데, 이러한 삶이 거름이 되어 심시선의 삶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심시선은 사람들 속에 섞여 어딜가나 당당하게 의견을 표현하고 멋진 사람이었던 심시선 여사, 스물여섯 권의 책을 써내며 혹독하게 살아남아 예술계에서 전설이 된 그녀였다. 가족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응원하고 사랑했던 그녀를 위해 미국과 한국에 나뉘어 살고 있는 가족이 심시선 여사의 십주기에 단 한 번뿐인 제사를 지내기 위해 모인 것이다. 심시선 여사는 제사를 반대했으므로 그 가족들은 가족들만의 방식으로 심시선을 기리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심시선을 추억하며 각자 그녀의 제사상에 올릴 물건을 준비해오기로 한다. 예컨대 각자 여행하며 가장 기뻤던 순간이나 경험을 가져와 제사상에 올리는 식 인 것이다. 이제 그녀 이후의 장성한 아들과 딸들, 그리고 그 이후의 손자와 손녀들, 가족들이 바라본 심시선 여사의 모습과 삶, 그리고 심시선여사로부터 시작되는 이 가족들이 사는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다.
심시선여사의 가계도
심시선 여사는 요제프 리와 첫번째 결혼을 하게 되는데 이 사이에서 명혜, 명은, 명준을 낳는다. 이명혜는 심시선의 첫째 딸로 심시선의 성격을 가장 많이 물려받은 이 집안에서 가장 리더십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명혜는 심시선의 과거를 부정하는 남편이었고 이내 이혼하게 된다. 이후 비행기 기장이었던 박태호를 만나 재혼하게 된다. 박태호는 평범하게 인생을 살아왔던 사람이었는데 "알 수 없는 집안으로 장가를 왔다"라고 자신의 인생을 표현하기도 하였다. 명은은 시선의 둘째 딸로 '심'씨로 성을 바꾸어 심명은이다. 젊은 시절 결혼 직전 파혼한 적이 있는데 그 파혼을 활용하여 독신으로 사는 것에 성공한 사람이다. 이명준은 심시선의 셋째 아들로 난정과 결혼하여 서로를 존중하며 서로 좋아하는 것을 서로 열심히 하며 살고 있다. 홍경아는 시선의 막내 의붓딸로 심시선의 두 번째 결혼한 홍낙환의 딸이다. 홍낙환의 회사를 일으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명혜와 회사를 차려 웹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명혜의 첫째 딸 박화수. 화수의 협력업체 사장이 염산병을 던져 얼굴을 다쳤고 유산한 아픔을 가지고 있다. 박지수는 명혜의 둘째 딸. 화수와는 반대로 자유롭고 사교적이다. 명준의 외동딸 이우윤. 현재 LA에서 일하고 있으며 어렸을 적 많이 아파 명준과 난정이 늘 걱정하는 아픈 손가락이다. 그 외에도 경아의 첫째 아들 정규림, 경아의 둘째 딸 정해림으로 가족이 구성되어 있다.
총평, 심시선으로부터
심시선 여사는 쉽지 않은 시대에 태어나 쉽지 않은 삶을 살아온 인물이다. 암담하고 공허한 세월을 거치며 수많은 절벽에서 떨어지고, 또 떨어져가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한 여인의 이야기. 그리고 그녀의 삶을 기억하고 추억하는 한 가족의 이야기이다. 제사상에 올릴 각종 물건과 순간 등을 준비하는 신선하고 참신한 제재에서 출발하여 심시선의 삶을 다룸으로써 작가가 말했던 20세기를 살아낸 여자들에게 바치는 21세기의 사랑이라는 말이 공감되었다. 추악한 시대를 살아가면서도 멈추지 않았던 한 여인을 추모하고 추억하는 자리라는 것이 신선하고 재밌었다. 특히 자식들과 손자 손녀들이 각자 제사상에 올릴 것이 무엇이었는지도 알아가는 것이 이 소설의 색다른 묘미인데, 각자 자신의 어머니이자 시어머니, 또는 장모님과 할머니를 추억하며 할머니가 좋아할 만한 것들을 찾는 과정이 참신하고 재미있었다. 특히 이 책에서는 가족들을 대하는 시선의 태도와 생각도 인상 깊었다. 시선은 가족들의 삶에도 항상 애정 어린 관심을 기울일 줄 아는 사람으로 염산테러를 당한 화수가 파란색 그림을 눈여겨본다는 사실을 알아채기도 하였고, 책을 좋아하던 며느리 난정에게도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 궁금해하며, 정말로 며느리에 대해서도 궁금해할 줄 아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누구보다 따뜻했지만 누구보다 강인했던 한 여인의 삶을 들여다보며 함께 기쁘고 함께 슬펐다. 본문에는 "사람은 시대가 보여주는 데까지만 볼 수 있으니까"라는 구절이 나온다. 심시선여사뿐 아니라 우리 곁에 있는 모든 심시선에게서도 우리는 당신 자신보다 자식들의 행복이 더중요한 시대의 여성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시선으로부터, 그리고 20세기를 살아낸 모든 시선으로부터 우리가 조금 더 당당하고 당차게 살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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