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역사 교사였던 엄영숙 씨는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다 지갑을 잃어버린다. 지갑을 보관하고 있는 사람은 서울역 노숙자. 엄영숙 씨는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스스로 전화해서 지갑을 찾아 주겠다는 호의를 베푸는 사내에게 묘한 안도감을 느끼며 다시 서울역으로 간다. 사내는 정중하게 도시락을 하나 사 먹을 것을 요구하였으며 서울역에 도착하여 사내를 찾았지만 다른 노숙자들이 지갑을 뺏어가려 했지만 맞으면서도 지갑을 끝끝내 지켜주었다. 먹고 있던 도시락은 다 던져져 먹을 수 없게 되었지만. 게다가 사내는 엄영숙 씨의 주민번호까지 확인을 받고서야 지갑을 넘겨준다. 고마운 마음이 들어 자신의 편의점으로 데리고 가서 도시락과 마실 것을 주고 앞으로도 배고플 때면 언제든 도시락을 먹으러 오라고 말하고, 저녁 시간에 아르바이트생 시현에게도 단단히 일러둔다. 이후 매일 편의점에 와서 도시락을 먹지만 늘 폐기된 도시락을 달라고 고집하는 사내. 이 사내는 알콜성 치매를 앓아 기억이 없고 자신이 이름은 독고라고만 소개한다. 마침 이 편의점에 야간 아르바이트생이 그만 주게 되고 엄영숙 씨는 독고씨에게 가불을 해 주고 옷을 사 입고 씻고, 머리를 자르고 출근하라고 말한다. 이후 자신의 편의점처럼 일하며 단골손님과 다른 시간 대의 아르바이트생과의 일화를 다룬 이야기이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며 꽤나 오래 편의점에서 일하여 사장님의 딸 같은 시현. 시현은 독거씨에게 편의점 인수인계를 하는 역할을 맡는데 처음에는 독거씨에게 거부감이 있었으나 이내 독거씨의 진심을 알게 되고 친절하게 편의점 업무를 가르친다. 그리고 본인에게 알려줬던 것처럼 편의점 포스 기를 사용하는 방법을 유튜브에 올리라는 독거씨의 제안을 받아들여 편편유투브를 시작하게 되고 이로 인해 편의점 점장으로 스카우트된다. 오선숙 여사 역시 편의점 오전 아르바이트생으로 집 나간 남편과 대기업을 그만두고 게임에 몰두하고 있는 아들의 어머니. 엇나가기만 하는 아들 때문에 속상하다. 가출 청소년 짜몽을 해결해준 것도 역시 독거씨였으며 그리고 이후 독거씨에 대한 위로와 아들과의 관계에서 조언을 받은 후로 독거씨에 대해 우호적인 마음을 갖게 된다. 그리고도 편의점 단골인 경만, 인경, 민식 등 처음에는 독거씨와 편의점 자체에 불편한 감정을 느끼게 되지만 이후 진심으로 대해주는 독거씨에게 마음을 열고 모두 그를 좋아하게 된다. 독거씨 역시 과거 기억을 찾게 되고 대구로 의료 봉사를 떠나게 된다.
인상 깊은 구절
- 선숙씨는 아들이 사준 이모티콘이라며 카톡 창에 하트를 날리는 동물 아이콘을 내게 보여주었다. 나는 그 동물이 너구리인지 두더지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지만 그녀가 행복해한다는 건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결국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음을 이제 깨달았다. 독고씨는 오선숙여사에게 아들의 방황에 대해, 질문을 할 것을 권하였다. 무슨 일로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는지 어떤 마음인지 귀 기울일 것을 조언한 것이다. 그 결과 선숙 씨와 그녀의 아들의 관계는 회복되었고 이러한 기적을 만드는 것은 소통이었던 것이다.
- 행복은 뭔가 얻으려고 가는 길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길 자체가 행복이라고. 그리고 네가 만나는 사람이 모두 힘든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에 친절해야 한다고.
인경이 자신에게 호의를 베풀던 작가님께 물었던 그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앞으로의 마음 가짐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구절이었다. 우리는 불편하겠지만, 또는 언젠가는 손해를 볼 수도 있겠지만 누구에게나 친절해야 한다. 그들은 이미 너무나 힘든 싸움을 하고 있기때문에. 친절함이 힘들고 어려운 사람에게 어깨를 툭툭 치며 격려하는 것만큼의 역할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총평, 누군가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
독고씨는 노숙자였지만 언제나 진심으로 사람들을 대한다. 물건이 무거울 할머니들께는 무료 배송을 해 주기도 하고, 고민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귀 기울이며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내게 해준다. 또 항상 술 마시는 단골손님에게는 술 대신 옥수수수염차 주기, 겨울에 야외 테이블에서 술을 마시기가 힘들 것이므로 따뜻한 온풍기 사놓기. 처음에는 손님들은 독고씨의 어눌한 말투와 선의의 친절함이 불편하고 부담스럽게 느끼지만 이내 마음을 열고 진심으로 소통하는 사이가 된다.
우리 주위에서 더이상 이제 대가 없는 친절은 찾아볼 수 없게 되었을 뿐 아니라 의심부터 하는 사회가 되었다. 또는 누군가가 이렇게 선의를 베풀면 사람들은 바보라고 생각하고 만다. 경쟁의 시대. 우리는 각자 노력하지 않으면 도태되게 되므로 누군가를 반드시 밟고 일어서야만 누군가를 이겨야만 성공하는 사회인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가 개인을 또다시 경쟁하도록 만들고 경쟁하고 경쟁하면서 더 외로워지고 마는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우리는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고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는 결국 소통과 관계라는 키워드로 해결할 수 있다. 불편한 편의점 역시 다양한 에피소드가 존재하지만 실마리는 모두 소통에 있었다. 불필요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선의와 친절. 그것이 동반된 소통이 우리 사회를 더 가치 있고 따뜻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편의점이란 인간의 주유소라는 구절이 본문에 나온다. 무언가를 사서 충전하는 곳. 우리가 우리의 주유소를 더욱 따뜻하게 만들 수 있도록, 그래서 이곳에서 잠시 머물다가 가는 사람들이 따뜻함을 가득 충전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또 나눌 수 있도록 우리가 먼저 불편한 친절을 베푸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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