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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서평] 황보름,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by 박당긍 2022.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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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름,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황보름,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줄거리

영주는 회사를 다니는 평범한 회사원이었고, 공동의 목표를 가진 같은 회사에서 만난 사람과 결혼했다. 하지만 영주는 번아웃을 느끼게 되고 이로 인해 회사를 그만두게 된다. 회사로부터 멀어지고 싶었던 영주는 남편에게도 퇴사를 권하지만 남편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영주를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갔고 둘은 결국 이혼하게 된다. 이후 영주는 어렸을 적부터 책 읽는 것을 좋아했기에 휴남동에 작은 서점을 열게 되고 자신의 취향이 가득한 이곳에서 하루하루 버티기만 한다. 울고, 또 울다 서점을 더욱 서점 같은 모습으로 만들고자 다짐한다. 영주는 책을 읽고 난 감상을 책 곳곳에 붙이기 시작했고, 서점을 전시회, 낭독회 등의 공간으로 대여해주는 등 새로운 변화를 꾀한다. 그러면서 바리스타 민준을 고용하게 된다. 민준은 열심히 공부하고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던 청년이지만 매번 취업에 실패하고 마지막으로 서점을 찾은 사람이다. 누구보다 커피 내리는 일에 진심이며 좋은 커피 맛을 내기 위해 열심히 연구하는 건실한 청년이다. 영주와 친하게 지내는 사람은 서점에 원두를 납품하는 업체 대표 지미로 민준에게 주로 남편에 대한 욕을 하지만 쿨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그 외에도 꿈 없는 청소년 민철이 꿈을 찾아가는 과정이 따뜻하게 그려져 있으며 휴남동 서점에서 명상을 하며 마음을 다스려 나가고 있는 정서, 강사로 왔다가 영주와 알고 지내며 영주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승우 등이 이 소설에서 서로의 고민과 상처를 다독여가는 과정이 드러난다. 영주가 여행을 떠나고 1년 후 서점은 더욱 깊이 있는 공간이 되었고, 영주는 더욱 어른스럽고 성숙한 사람이 되어 여전히 애정 어린 마음으로 서점을 가꿔간다. 

 

인상 깊은 구절

- 어차피 정답은 하나밖에 없다. 영주가 스스로 생각해낸 답이 지금 이 순간의 정답이다. 영주는 정답을 안고 살아가며, 부딪치며 실험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걸 안다. 그러다 지금껏 품어왔던 정답이 실은 오답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온다. 그러면 다시 또 정답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 평범한 우리의 인생. 그러므로 우리 인생 안에서 정답은 계속 바뀐다.  우리 역시도 내가 확실하다 믿었던 것들이 깨지는 순간들이 온다. 인생은 정답이 없기 때문에 삶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가 조금 더 유연하고 융통성 있다면 내가 믿었던 것들이 없어지는 순간 절망하거나 낙담하지 않고 툴툴 털고 다시 다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인생이란 그렇게 모든 순간이 뜻밖이고 예측 불가능하며 매번 새로운 과제를 주는 것이기 때문에. 

- "음악에서 화음이 아름답게 들리려면 그 앞에 불협화음이 있어야 한다고요. 그래서 음악에선 화음과 불협화음이 공존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리고 인생도 음악과 같다고요. 화음 앞에 불협화음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인생을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는 거라고요."  우리 인생에서는 늘 좋은 일만 있을 순 없다. 아픈만큼 성숙해진다는 말도 예전에는 믿지 않았지만 많이 아프고 난 지금은 그 아픔에서 내가 더 성장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픔과 실패에서 배움을 얻는다고 하더라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아픔을 겪고, 실패를 겪지 않더라도 배울 수 있다면 좋겠다. 하지만 누구나 아픔과 슬픔을 안고 살아야 한다면 영주의 말처럼 화음과 불협화음이 공존하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길. 

 

 

총평, 같이의 가치

이 작품은 처음에 전자책으로 출간되었는데 이후 독자들이 종이책으로 소장하고 싶다는 요청이 쇄도하여 종이 책으로 출간된 책이다. 이 책의 말미에서 작가는 카모메 식당이나, 리틀 포레스트 같은 분위기의 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말하였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으면 눈이 오는 겨울에 따뜻한 조명이 켜진 조용하고 평온한 서점에서 한가롭게 책을 읽는 모습이 그려진다. 여러 사람들이 둘러앉아 함께 웃고 떠드는 그런 안온하고 평범한 날들. 사람들은 누구나 저마다의 고민과 상처가 있다. 각자의 삶을 치열하게 살고 있는, 또는 살았던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삶을 나눈다. 소소하게 동네의 작은 서점에 모여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서로의 고민을 함께 고민해주며 묵묵히 서로를 위로한다. 어디서나 도사리는 경쟁과 차별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행복한 날들. 평범하게, 또 행복하게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하는 요즘 보는 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소설이 아닐 수 없다. 열심히 달리기만 했던 삶의 속도를 늦추고 지난 시간들과 앞으로의 시간들을 돌아보며 그것으로 됐다,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을 응원하고 또 믿어주며 평온하고 평범하게 하루하루를 살아내면 좋겠다. 우리도 작가님 말처럼 각자의 휴남동 서점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행복하게, 평온하게 삶을 즐기게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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